2 2주

2.1 실재와 인식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은 세상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 마음 속에 비친 그림자다.

아래 사진을 보자. 그림자예술가 Triantafyllos Vaitsis의 “시작의 끝과 끝의 시작(The beginning of the end and the end of the beginning)이다.

The Beginning of the End and the End of the Beginning by Triantafyllos Vaitsis

조형물은 하나이나, 빛을 비추는 방향에 따라 그림자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비춘 그림자는 아기형상이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비춘 그림자는 노인의 모습이다. 조형물은 실재로서의 세상이고, 그림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림자로서의 세상이다.

인간의 두뇌는 바깥세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 저장하지 않는다. 감지(sensing), 지각(perception) 및 인지(cognition) 등의 과정을 거쳐 해석하고 구성한다. 감각기관은 바깥 세계(사물, 사람, 상황 등의 실재)에 대한 신호(signal)를 감지(sensing)해 뇌에 등록한다. 신호에 대한 감지는 바깥 세상에 대한 1차 부호화(측정, 수집 및 여과) 단계다. 감각기관에 등록된 결과는 바깥 세상에 대한 자료(data)에 해당한다. 감각기관에 등록된 여러 감각자료는 2차부호화(식별, 조직, 해석)과정을 거쳐 바깥 세상에 대한 심상(mental representation)을 구성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구성된 심상이 바깥 세상에 대한 정보가 된다 (안도현 2021).

2.1.1 모형으로서의 착시

실재를 인식해 형성된 심상, 즉 세상에 대해 마음 속에 구성된 모형은 실재와 괴리가 있기 마련이다. 실재와 인식의 괴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착시현상이다. 착시(visual illusion)는 시각적 대상을 왜곡 또는 모호한 방식으로 표현함으로써, 보는 사람의 지각, 기억 등의 주관적인 경험을 통해 그 대상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도록 하는 심리작용이다. 사물을 관찰하는 방향, 맥락, 측정수준 등에 따라 다양한 사례가 제시돼 있다 (안도현 2021).

2.1.1.1 관찰방향

2.1.1.2 맥락

2.1.1.3 측정수준 (미시 vs. 거시)

가장 극적인 착시 중 하나가 속빈 얼굴(hollow face) 착시다(Papathomas & Bono, 2004). 정면에서 보면 명백하게 정상적인 얼굴이지만, 실제로는 속이 비어 있어 움푹 꺼진 얼굴이다. 다시 정면으로 돌리면 정상적인 얼굴이 보인다. 아무리 움푹 꺼진 얼굴로 인식하려 노력해도 회전시키기 전까지는 정상적인 얼굴로 보여진다 (그림1).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캡처.PN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85pixel, 세로 329pixel

실재에 대한 모형은 실제적인 일치 여부와 일치에 대한 지각 여부에 따라 4종으로 구분할 수 있다 (표1). 첫째 유형은 실재하는 존재에 대해 실재한다고 지각하는 경우다. 이를 진양성(true positive)이라고 한다. 둘째 유형은 실재하지 않는 존재에 대해 실재한다고 지각하는 경우다. 이를 위양성(false positive)이라고 한다. 셋째 유형은 실재하는 존재에 대 실재하지 않는다고 지각하는 경우다. 이를 위음성(false negative)이라고 한다. 넷째 유형은 실재하지 않는 존재에 대해 실재하지 않는다고 지각하는 경우다. 이를 진음성(true negative)이라고 한다.

실재 유 실재 무
지각 유 진양성 위양성
지각 무 위음성 진음성

인식을 통해 구성된 실재에 대한 모형이 그 실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쿤(Kuhn, 1962)이 제시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그 방법을 추론할 수 있다. 쿤은 과학적 지식을 객관적이라고 파악하는 절대주의적 과학관 대신 과학적 지식은 경험적이라는 상대주의적 과학관을 제시했다. 쿤에 따르면 과학의 내용은 한 시대의 과학자들이 공통적으로 받아들이는 세상을 보는 근본적인 관점 즉 파라다임에 의해 결정된다. 어떤 파라다임이 채택되는가는 그 시대의 과학자들이 그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대한 합의에 달려있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에서는 유클리드 기하학에 기반해 그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당시의 과학자들이 합의한 것이었고, 근대사회의 문제는 고전역학 그리고 현대사회의 문제는 양자역학에 기반해 해결가능하다고 합의한 것이었다.

모형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결방법에 의존할 수 있다. 첫째, 문제해결 여부다. 실재에 대한 모형이 생존과 번식 등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 모형은 실재를 반영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둘째, 사회적 합의다. 한 시대의 과학자들이 합의한 모형이라면, 그렇지 않은 모형보다는 더 정확하게 실재를 반영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의 절차는 꽤 정교하고도 복잡하다. 연구자는 기존 문헌을 검토하거나 현상의 관찰을 통해 탐색적 연구를 수행하고, 자료를 수집·분석해 경험적 근거를 제시한 다음,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동료심사 학술지에 투고한다. 동료학자들은 그 논리가 타당한지, 제시한 근거는 논리와 일관성을 유지하는지, 방법과 결과는 신뢰성과 타당성은 확보했는지 등을 검토한다. 연구결과는 학술지를 통해 학계에 공유되고, 동료학자들에게 재현과 응용 과정을 통해 다시 한번 검증받는다. 재현연구와 응용연구가 누적된 후 일관된 메타분석과 종합검토 연구가 나오게 된다면 학계에 합의가 형성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물론 학계의 합의가 객관적 진실로서 실재를 온전하게 반영하는 모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관측결과, 새로운 변수, 새로운 상황 등에 의해 학계의 합의된 모형은 언제든 교정될 수 있다.

2.1.2 인식의 영역과 인식의 방법

2.1.2.1 사물영역과 사회영역

인식은 영역에 따라 사물영역과 사회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물영역과 사회영역으로 구분하는 이유는 두 영역의 작동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는 특정 결과를 만들어내는 행위자의 존재유무다. 행위자란 행동하는 존재로서 내적 동인에 의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존재다. 사회영역의 행위자들이 만들어내는 사회현상은 사물이 만들어내는 현상과 달리, 서로의 관계가 재귀적이고 유동적인 특징이 있다. 재귀성이란 한 행위자와 다른 행위자들 사이에 상호적이면서도 연속적으로 인지하는 현상이다. 유동성이란 서로가 서로에게 연속적으로 인지하고 대응함으로써 행위자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현상이다.

사회영역과 사물영역의 구분은 인간의 정보처리 양식에서도 나타난다. 상반영역가설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작용은 사회영역과 사물영역으로 구분돼 있다. 이 두 영역은 서로 긴밀하게 연계돼 있지만, 상호 독립적으로 작동하며 심지어 서로의 영역에 대해 상호 억제적으로 작동한다. 사물영역의 정보처리 양식은 체계화 작용이고, 사회영역의 정보처리 양식은 경험공유와 정신화 작용인데, 체계화 작용이 활성화됐을 때는 경험공유 작용이 억제되고, 반대로 경험공유 작용이 활성화되면 체계화 작용이 억제된다 (Jack, 2014).

2.1.2.2 체계적인 과학과 통속과학

인식의 방법은 체계성에 따라 체계적인 과학과 통속과학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체계적인 과학은 체계적인 논리와 체계적인 경험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이다. 체계적인 논리란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적절한 규칙을 동원한 추론이다. (Hintikka & Sandu, 2007). 체계적인 경험이란 타당하고도 신뢰성있는 측정 방법으로 자료를 생성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자료를 분석해 정보를 생성함으로써 논리적으로 기대되는 관계에 대해 제시하는 근거다.

통속과학(folk science)은 순진한 과학(naive science)이라고도 한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복잡한 실재에 대해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인식의 방법이다(Keil, 2003). 통속과학이 물리학에 적용되면 통속물리학, 생물학에 적용되면 통속생물학, 심리학에 적용되면 통속심리학, 경제학에 적용되면 통속경제학이 되는 등 모든 분야에 통속적인 접근이 있다. 통속과학과 체계과학의 영역은 학문 분야별로 존재하나 크게 사물영역과 사회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물영역은 대체로 자연과학의 영역이고, 사회영역은 대체로 사회과학의 영역이다.

이 구분을 적용하면 자연과학자는 사물영역에서 체계적인 과학을 수행하는 사람들이고, 사회과학자는 사회영역에서 체계적인 과학을 수행하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인식방식이 사물영역과 사회영역의 작동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자연과학자는 사회영역에서 세상을 이해할 때는 통속과학의 수준에 머물고, 사회과학자는 사물영역에서 세상을 이해할 때 통속과학에 머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예를 들어, 스티븐 제이 굴드는 진화생물학에 뛰어난 업적을 쌓은 자연과학자였지만 사회영역에 대해서는 통속적인 수준의 이해를 벗어나지 못했다. 굴드(Gould, 1982)는 사회영역에 대해, 도덕에 대한 과학적인 탐구가 인지과학·발달심리학·사회심리학 등의 영역에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과학하는 일반적인 절차를 생략한채 도덕은 철학자, 신학자, 혹은 인문학도 등의 주제라며 “(도덕연구는) 데이터의 과학으로부터 유래된 것이 아니고, 유래할 수 없다(they do not, and cannot, arise from the data of science)”고 단정했다.

굴드와는 반대의 방향이나 비슷한 사례도 있다. 울리히 벡은 사회학에 뛰어난 업적을 쌓은 학자였지만, 자연현상에 대해서는 통속적인 주장을 했다. 벡(Beck, 1992)은 방사능에 대한 유전학, 의료물리학, 방사선학 등의 영역에 누적돼 있는 연구성과를 참조하지 않은채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더이상 사고가 아니다. (중략). 사고의 영향은 세대를 거쳐 지속된다. 원전사고의 영향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후대 및 사고발생 지역으로부터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까지 미친다. 이는 곧 이제까지의 과학과 법률기관에 의해 확립된 위험의 계산이 붕괴됐음을 의미한다. (중략). 방사능은 인간의 지각능력을 온전하게 회피한다 (p. 22)”고 기술했다. 자연과학자 굴드가 아무런 근거 없이 기존의 확립된 사회과학(인지과학, 발달심리학, 사회심리학)의 성과를 부정한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학자 벡 역시 아무런 근거 없이 기존의 확립된 자연과학(유전학, 방사선학, 의료물리학)의 성과를 부정한 것이다. 굴드나 벡과 같은 뛰어난 학자들이 내세우는 통속적인 주장의 폐해는 심각하다. 뛰어난 학자들의 통속적인 주장은 마치 그들의 체계적 연구의 결과인 양 오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도현 2021).

2.2 과학적 탐구의 2가지 요소

2.2.1 체계적 논리

2.2.2 체계적 경험

2.2.3 체계적 논리: 이론

원인과 결과의 논리적 관계 구성해 생활의 특정측면과 연관된 관찰을 체계적으로 설명

2.2.4 체계적 경험: 수집과 측정

논리적으로 기대되는 것을 실제 측정 결과와 비교해 관찰한 것의 유형 발견

체계적 경험의 2단계

2.2.4.1 수집

관찰, 실험, 설문 등의 측정을 통해 자료 생성

2.2.4.2 분석

수집한 자료를 구성, 요약 및 해석해 정보 생성

2.3 탐색 도구

References

안도현. 2021. “유령위험과 무시된 위해: 위험의 개념화와 유형화.” 언론정보연구 58 (2): 5–65.